왕산골 한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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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산골한옥 09-07-10 19:04
유혹 조회수 : 4,710 | 추천수 : 0

사람이 살아가자면 순간순간에 여러형태의 유혹에 접할때가 많습니다.

그런데 나는 요즘 친환경 농사를 지으면서 때때로 심각한 유혹에

머리가 아픕니다.

 

난 올해 강릉시 농업대학 친환경농업과에 다니고 있습니다.

무슨 거창하게시리,  친환경농업의 전도사나, 친환경농사를 대규모로

경작하겠다고 학교에 다니는것이 아닙니다.

다만,

내 가족과 내 이웃이 먹고 마시는 농작물이, 자연이 주는 그대로였으면

좋겠다는 생각과,

또한 우리마을이 상수원보호구역이니까,

우리마을에서만이라도 농약을 사용하지 않는 영농을 함으로써,

강릉시민이 마음놓고 마실 수 있는 상수원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매우 단순한 생각에서,

무턱대고 강릉시 농업대학 친환경농업과에 등록을 했는데,

예상과 달리,

배울거리가 너무 많습니다.

다만, 한 가지 안타까운것은 관계기관의 예산부족으로,

수강생들에 대한 학사일정이 매우 열악하다는것 말고는,

비교적 만족스러운 강의내용입니다.

 

그런데, 강의를 듣고

막상 직접 내가 짓고 있는  농사에 접목시키기에는 여간 어려운것이 아닙니다.

이미 관행적으로 재배하던 친환경 농사인 "옥수수" 감자" "들깨" "고구마"등은

변함없이 친환경으로 농사를 짓고 있지만,

재배면적이 많은 고추농사와 콩 농사는 친환경으로 짓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그래서,

일단 올해에는,

이 고추농사와 콩 농사를 맘먹고 친환경으로 지어보려 도전하고 있는데,

마음이 조마조마 합니다.

아직까지는 초기 생육단계이긴하지만,

여태 농약을 사용하지 않았습니다. 

지금까지는 수많은 유혹의 손길이 다가와도 꾹~ 참아냈습니다. 

그러나, 앞으로가 고민입니다.

 

잡초는 하루밤 자고나면, 땅바닥에 쬐끄만하게 깔려 있던 놈들이,

아침에 나가보면 온 밭이 새파랗습니다.

이때가 미칩니다.

그냥 확~ 제초제를 뿌리면 눈깜짝할 사이에 깨끗해집니다.

그런데, 이 놈을 손으로 제초를 하려면,

땡볕에서, 한 닷새는 비지땀을 흘려야할 겁니다.

이러니 어느누가 유혹에 걸려들지 않겠습니까?

 

고추밭에는 진딧물이 잔뜩 끼어 있습니다.

살충제 조금타서 확~ 뿌리면,

순식간에 전멸합니다.

그리고 다시 진딧물이 끼는 시일도 한참걸립니다.

그런데 이를 친환경 자재로 사용하가나,

박하풀이나, 금송화를 고추밭 주변에 심어 두던가해서 방제를 합니다.

그렇지만,

잘 없어지지도 않을 뿐만아니라,

자주자주 살포해야합니다.

한번 살포하는 시간이 대략 2시간정도 걸리는데,

이 또한 온 몸이 땀으로 범벅합니다.

비오듯 쏟아지는 땀은 속옷까지 흠뻑 젖습니다.

이럴때마다 순간순간 ,

에이~ 확~ 농약을 쳐 버릴까?

약하게 치면 안될까?

그 동안 농약으로 냅다 뿌려대도 당장 내 몸에 특별한 이상이 없었는데,

이 고생하면서 친환경으로 작물을 가꾸어야하나?

이런 질문을 계속해서 나 한테 해댑니다.

그때마다 나는 머리를 흘들면서,

아니야 ! 그래도 참아야지 참아야지 하면서 유혹을 뿌리칩니다.

 

이렇게 올해는 끝까지 유혹의 손길을 못본체하고,

내가 가려고 하는 길을 가보려고 합니다.

계속해서 마음속에서 갈등을 겪게 되겠지요.

그래도 참으렵니다.

그래서 올해 수확기까지 버텨보고,

끝물까지 작황이 괜찮으면,

자신감을 갖고 내년부터는 계속해서 친환경으로 영농을하고,

마을 주민들에게도 자랑스럽게 전수하고,

친환경농업에 동참할 수 있도록 계도해나가려 합니다.

 

농약살포라는것이 일종의 마약 같아서,

가끔가끔 마음이 흔들릴때도 많습니다.

그때마다 마음을 다잡으려 친환경농업과에 수업들으러 가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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