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산골 한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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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산골한옥 09-02-04 19:22
봄이 가까이 왔나 봅니다. 조회수 : 4,620 | 추천수 : 0

立春大吉

 

 

 

建陽多慶

 

입춘이면 대문 양쪽에 써 붙혀 놓았던 글씨를,

오늘은 우리집 홈피에 큼지막하게 써 봤다.

세월이 이렇게 가상공간에서도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이 조성 되었으니,

나도 시대를 따라 가려한다.

 

어제 오늘은 바람 한 점 없는 따뜻한 봄날이다.

툇마루에 앉아 있자니,

따스한 햇살에 불과 몇 분이 못가서 잠이 쏟아진다.

꾸벅꾸벅 졸고 있는데,

우리집사람이 과즐 몇 조각 들고 와서는,

이거 먹고 졸지말고 문에 창호지나 바르란다.

"그럼요, 즉시 거행하겠습니다" 하고,

오래묵은 창호지를 뜯어냈다.

창살에 붙은 한지가 쉽게 떨어지지 않아,

칼로 조심스럽게 떠어내고 있자니,

 

먼 옛날 아버님께서 따스한 봄볕에,

문이란 문은 죄다 뜯어서 뜨락에 세워놓고,

대야에 한가득 풀 쑤어서,

쪼그리고 앉으셔서,

하루 종일 문을 바르던 생각이 나네요.

 

창호지에 풀 발라서 문살에 넓게 펴서 붙이고는,

입안 가득히 물 한모금 물고서,

푸우~ 하고 불어 제끼면,

창호지가 촉촉히 젖었었다.

봄 햇살에 양지쪽에 세워두었다가,

다 마르고 나면,

팽팽하게 펴져서 손끝으로 툭툭치면,

팅팅~탱탱~하고 악기소리 같이 음악이 울렸었다.

까딱 잘못해서 힘 조절 잘못 했다가는,

새로 바른 문종이를 구멍 낼 수도 있다.

그 순간 죽음이다.

일단 동네로 도망가는것이 상책이다.

저녁이 이슥해서 살금살금 집에 돌아와보면,

내가 구멍냈던 자리에는 감쪽같이 성형이 되어 있었다.

 

 

요즘이 한가하다.

설 명절 쇠고,

마을 합동 세배 행사도 무사히 치르고,

기축년 정월 성황당제 또한 낮은 형태의 원형복원을

시도 해서 다소 미흡했지만 무난히 치르고,

잠시 한가하다.

그러나,

아직도 남은 행사나 사업이 줄줄이 걸려 있다.

간단한것부터 부담스러운것 까지,

대추나무 연 걸려 있듯하다. 

내일부터 정신없이 돌아 다녀야 할 지라도,

오늘은 한가로움을 즐기자.

 

어찌나 햇살이 따스하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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