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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산골한옥 08-09-30 20:0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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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참정(觀站亭) 조회수 : 4,408 | 추천수 : 0 |
가을답다. 해만 떨어지면 으실으실 춥다. 지금 막 아궁이에다가 군불을 지피고 왔다. 이맘때쯤의 땔감은, 여름내 웃 자라는 나무가지를 잘라 놓았던 것을 말려서, 땔감으로 아궁이에 집어 넣는데, 이놈이 연기가 장난이 아니라서, 온 동네가 우리집 굴뚝연기로 자욱하다. 이따금씩 지나는 과객의 눈에, 굴뚝에서 뭉실뭉실 피어오른 연기가, 산허리를 돌아 아랫동네로 굽이쳐 도는것을 보면, 한폭의 그림이라고 감탄 할지 모르지만, 늘 이런 풍광을 보는 우리네는, 그저 매캐한 나무타는 냄새만이 코를 자극할 뿐이다. 그게 가을이다.
요즘엔 고추 말리는 것을 제외하곤, 특별히 바쁜일은 없다. 다만, 마을일 때문에 몸도 분주하고, 마음도 비잡다. 더군다나, 작년에 우리마을은 강릉시가 시행한 "참살기좋은마을가꾸기" 사업에 참여하여, 우수한 성적을 거둠으로써, 올해엔 상사업비(포상금의 일종)를 받아서, 왕산골8경 중 제5경인 "참참이소'인근에다가, 소공원을 조성중이다. 참참이소는 옥색의 맑은물이 굽이쳐 흐르는 계곡에, 깍아지른 절벽아래로 물속 깊이를 알수 없는 깊은 소(沼)가 있는, 우리마을 절경 중의 한곳인데, 이 계곡 절벽위에 정자를 짓고, 주변에는 지나는 길손들이 잠시 쉬어 가도록, 동산을 만들고, 벤치를 만들고, 들어오는 입구에는 장승도 깍아 세우는 등, 쉼터라고 할 수 있는 소 공원을 조성 중인 것이다.
그런데, 정자를 지었으면, 이 정자의 이름을 짓고, 현판용 글씨를 쓰고, 현판을 서각하는 일을 진행해야 하는데, 이장일을 보고있는 나로써는, 가만히 보고만 있을수 없어, 마을 주민들에게 의견을 물어보고, 주변사람들에게 자문도 구해서, 결국은 "관참정(觀站亭)"이라고 이름 지었다. 이 관참정이란, 그냥 참참이소를 바라보는 정자라는 뜻과, 길가던 관광객들이 잠시 쉬어 가는(站) 정자 이라는 뜻이, 이 정자를 건립한 목적에 잘 부합되어, 관참정이라 명명하였다. 그리고 난 다음에는, 이 관참정이라는 글씨를 쓰고, 현판을 새겨야하는데, 누구한테 부탁하기도 만만치 않고, 마을주민이 직접 쓰고 새기는것도 의미가 있을것으로 생각되고, 주민들의 뜻 또한 그러한지라, 내가 쓰고 새기기로 하였다. 우선 글씨를 쓰기로 했는데, 자주쓰는 글씨가 아니라서 서툴기는한데, 그래도 가끔은 쓰는 글씨라, 용기를 내어서 써보기로 했는데,
벼루에 먹을 곱게 갈고, 화선지를 편다음 정성들여 관참정이라고 썼는데, 세번째 쯤에 쓴 글씨가 마음에 든다.
다음에는 현판을 새겨야 하는데, 마침 예전에 사용하던 현판용 판자가 있어, 현판 나무 전면을 잘 다듬고, 밀가루로 풀을 쑤어서 , 글씨 써놓은 화선지에 풀을 곱게 발라서, 현판용 나무에 고루 잘 부치고는, 서각도로 정성스럽게 서각을 하였다. 강한 결을 지닌 나무를, 서각도로 파내는 일이 쉽지만은 않지만, 잠시 잠시 틈나는 대로 파서, 색을 입히고 마지막 손질을 하는데, 대략 사흘만에 완성하였다.
모레쯤에는 이 현판을 간단한 현판식과 더불어, 조촐한 막걸리 파티라도 해야 할 것 같다.
이제 이 관참정이, 대대손손 후세 우리마을 주민들의 휴식처로, 지나가는 관광객이나 길손들에게는, 이 정자에 머무르면서,
마음을 씻고, 몸을 추스려서 다시 먼길을 가도록, 아낌없이 자리를 내어 줄것이며, 관참정이라는 현판은, 말없이 그 모습을 년년히 바라보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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