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산골 한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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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산골한옥 08-09-24 17:38
요즘 왕산골에서는............... 조회수 : 4,640 | 추천수 : 0
 

비가 추적거리고 내리고 있다.

올 가을 내내 한 여름 폭염이 무색할 정도로,

기온이 섭씨 30도 이상을 오르내리고,

따가운 햇살을 내리 쬐이면서,

추석명절이 지나도록 가을은 실종된 듯 하더니, 

언제쯤이면 평년의 가을 기온을 되찾을까?

혹시 이러면서 곧 바로 아열대 지역으로

편입되지나 않을까 하고 괜한 걱정도 해보았다.

그렇지 않아도 올 여름엔 그냥 비가 자주

지질거리기만 했지,

태풍다운 비바람과 폭풍, 그리고 내리 붓는 폭우,

또한 매스컴을 최근 매년 같이 도배하던

그 놈의“게릴라성 집중호우” 뭐 이런 단어는

올 여름엔 하나같이 실종되었다.

그러다 보니 우리처럼 농사짓는 이 들은

한 시름 덜기도 했다.


 옛날 어른들께서,

겨울에 눈이 많이 오면, 그 해 농사는 풍년이라 했는데,

난 어르신들 말씀처럼 지난겨울에 그렇게도

눈이 많이 내리더니,

올 농사가 풍년인 모양이다 했는데,

아마도 천재지변이 없었던 것이 그 이유였던 것 같다.


 우리 집 올해 농사 품목은,

콩 재배가 대다수를 이루고,

그 외엔 고추 농사가 그 두 번째이고,

나머지는 조금씩 조금씩 재배한다.

우리 먹는 것은 모두 생산 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 농사일 중에서 가장 힘든 농사가 고추농사인데,

예전에 부모님들께서 짓던 고추농사 얘기를 좀 해보자.

고추농사는 김치와 된장, 간장, 고추장등 장

류를 많이 먹는 우리민족의 식습관 상,

아주 중요한 농산물이라 할 수 있는데,

이 고추농사가 이랬었다.


 이른 봄에 고추씨를 묘판에 부어 놓았다가,

묘목이 한 10cm 쯤 자라면 본 밭에 이식을 하고,

고추 모가 모살이를 하면,

변소에서 인분을 퍼다 가 고추모 옆에다가

쪼끔씩 부어 주면,

고추 모가 무럭무럭 자라고,

옆 가지 자라지 못하게 순 따주고,

고추 밭 이랑에 있는 잡초 제거로,

초여름 삼베 적삼에 물이 줄줄 흐르기도 하는

것을 보았다.

얼추 20cm 이상 자라면,

산에 가서 나무 잘라다가 지주대 박고,

노끈으로 한 그루 한 그루 묶어 주고 난 후,

수시로 제초작업을 해 준다.

이렇게 해서 한 여름이 지나갈 즈음에,

고추가 빨갛게 익기 시작하는데,

이때부터 아낙네들의 고추 농사가 시작한다.

여름에는 비워두는 빈방에다가,

수확한 빨간 고추를 널어놓고,

한 대 엿새 지나 시들시들해지면,

마당이나 지붕에서 햇볕에 말리기 시작 하는데,

날씨라도 좋아서 바짝 바짝 잘 마르면 좋은 데,

여름날 날씨라도 구질면,

그 더운 여름 날씨에 안방 아랫목에 군불을 지피고,

몇 날 며칠을 그 방에서 고추를 말리면서,

그 옆에서는 식구 모두가 잠을 같이 자거나,

남자들은 아예 방안에서 쫓겨나 뜨락에서

잠을 청하기도 했다.

하지만 불기운이 조금 덜하거나,

습도가 조금이라도 높을라치면,

고추가 하얗게 변하면서 곰팡이가 생겨,

반절 가까이 내 버리기도 했다.

그래도 그 말린 고추를 잘 손질해서

방앗간에서 곱게 빻아 와서,

곳간 단지 속에 넣어두면,

우리네 어머니들은,

일 년 농사를 다했다는 뿌듯함이 그 동안의

농사일의 고단함을 상쇄하기도 했다.


 그러나 요즘에는 여기에다가,

예전에 없던 이름도 어려운, 무슨 탄저병이니, 역병이니, 무름 병이니, 무슨무슨 진딧물, 무슨 곰팡이 등

이루 말 할 수 없는 병들이 죽도록 고생해 놓은

고추 농사를 한 방에 전멸 시킨다.

어떤 이는 한두 해도 아니고,

매년 고추농사를 망치자, 정나미가 떨어져서 다시는 고추농사를 짓지 않겠다고 다짐하기도 하는데,

또 몇 년 지나면 그래도 희망을 가지고

우리 먹는 것이라도 지어 본다고,

또 다시 고추밭을 가꾸기도 하는 것이 농사꾼들의 일상인 것 같다.


 올해 우리 집은 고추농사에 약간의 농사방법을

변경해 보았다.

우선 비닐멀칭을 하되 한줄 멀칭이 아니고,

두 줄 동시 멀칭을 하고, 한 두럭에 양 쪽으로

고추모를 이식하고,

멀칭 가장자리 쪽의 경사를 급하게 하고,

이랑에는 폐 현수막을 깔고 돌멩이로 눌러 놓았다.

탄저병의 원인이 산성비에 있다는 설이 있어,

비가 내리면서 멀칭에 떨어진 후 고추 모로

튀지 못하게 하고,

이랑으로 쏟아지는 비는 현수막에 맞고

두럭의 고추 모에 튀지 말라고 해놓은

탄저병 예방 방법이다.

또한 고추가 생육시 많은 영양분 공급을

필요로 하는 만큼,

고추 두럭을 만들 때 생활쓰레기 발효퇴비를 집어넣어,

늦게까지 영양분을 공급하도록 시험해 보았는데,

지금까지 재배과정을 봐서는 일단 긍정적이라고 본다.

물론 올 해도 일부분에서 탄저병 현상이 보이긴 하지만,

예전처럼 한 번 발병되면,

며칠사이에 전 고추밭으로 전염되던 것이 그 속도가 매우 더디게 옮기고 있기 때문이다.

한편으로,

지금까지 네 차례에 걸쳐 수확한 고추가 고맙게도

가을 날씨 화창하고, 기온도 높고,

바람마저 선들 선들 부는 쾌청한 날씨가 지속 된 것하고,

5년이 넘는 우리집사람의 고추 말리는 솜씨의

경험이 잘 조화를 이루어,

말린 고추 품질이 아주 뛰어난 올 고추 농사이다.


 그러나 이 어려운 고추농사에 비해,

농산물 가격은 한심하기를 이를 데 없다.

고춧가루 600g 에 한 50,000원쯤 되어도 시원치 않은데,

겨우 13,000원에서 16,000원 내외이다.

이거야 말로 농사짓는 사람들이 늘 힘 빠지는 것 중에

하나다.

농산물의 품질이 우수하면,

그 가격 또한 명품이 되어야 하는데,

실제는 그렇지 못한 현실이 안타깝기만 하다.


 하지만,

우리는 누구한테 팔기 위해 고추농사를 한 것이 아니고,

우리도 먹고,

가까운 이들과 나누어 먹기 위해 지은 고추농사이니,

내년에는 올해의 재배방법을 교훈 삼고,

더 새로운 재배기술을 접목시켜서,

더 좋은 고추농사를 지어야지 하는 마음에,

금년도 농사일지를 참고해서 내년농사를 지어 볼 마음에

내년 4월이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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