엊그제 우리집에서 기르는 닭 다섯마리 중에서
어떤 놈인지는 알 수 없으나,
한 마리가 첫 계란을 낳았다.
우리집사람은 신기해서 어쩔줄을 모른다.
나 또한 철 들고서는 처음 경험해보는 광경이다.
어렸을 적엔 어머니께서 마구간 횃대에서 달걀을 꺼내와서는
아버지께 자주 드리는것을 본적이 있고,
나도 귀한 아들이랍시고,
처음으로 낳은 계란을 숟가락으로 양쪽을 깨서,
한쪽을 손가락으로 막고는 고개를 쳐들라고 하고는,
내 입에다가 대고 "쭉~ 빨아라" 하시면,
힘껏 빨았는데도 노른자는 잘 빠져나오지 않아서,
"더 세게, 더 세게" 하시던 어머니 생각이 난다.
지난 4월5일인가,
동네 젊은이들과 유랑삼아 북평 5일장에 가서,
토종닭 다섯마리를 사왔다.
그 중 1마리는 숫닭이고,
나머지 네마리는 암닭이다.
닭을 파시는 분이 하시는 말씀이,
약3개월반이 지나면,
알을 낳기 시작한다고 했다.
그리고 난 후,
정확히 100일만에 그 중 한마리가 첫 달걀을 낳은 것이다.
당초 닭을 키우게된 동기는,
내 외손녀 "태현"이가 여기 외갓집에 놀러오면,
닭을 보고 싶어 한참 떨어져 있는 이웃집 닭장까지 가서
꼬꼬닭을 보고 오곤 했다.
그런데 지난 초봄에 딸네 식구가 서울에서 내려와서,
손녀가 꼬꼬닭을 보러 갔는데,
그 이웃집에서 닭을 모두 팔아버리고 한 마리도 없었던 것이다.
그 실망하고 돌아오는 손녀의 얼굴 모습이 어찌나 안타깝던지,
그 즉시 닭장을 짓기 시작하고는,
병아리를 사서 기르기 시작한 것이다.
누가 그랬던가,
"할아버지는 모든 사람에게 이길 수 있어도,
손자,손녀한테는 지는것이다."라고...
그야말로 나 또한 우리 "태현"이 한테는 무조건 손 든다.
그런데 우리 어렸을 적엔 닭이 처음으로 낳은 알을,
초란(初卵)이라고 했는데,
국어사전을 찾아봐도 초란이라는 단어가 없다.
아마도 초란이라는 말은 없는 말인가보다.
알의 크기가 메추리 알보다는 조금 크고,
꿩알 보다는 조금 작은 아주 예쁜 알이다.
우리집사람이 신기해하는 이유를 알만하다.
앞으로 또 다시,
다른 놈이 첫 달걀을 낳을 것이고,
이내 또 다른 놈이 계속해서 알을 낳으면,
하루 두알 또는 세알씩 매일 달걀이 생길것이다.
우리 태현이가 어서와서,
이 귀한 달걀을 먹여봐야 되는데....................
숫 놈이 한 마리가 있어,
모두가 유정란인 것은 확실 한것이고,
사료와 채소등을 정성들여 먹였으니,
영양가도 높을것이라 생각된다.
시골생활이라는 것이,
이렇게 직접 재배하거나 손수 기른 닭의 달걀을,
우리 식구가 먹을 수 있다는 것도,
전원생활의 한 가지 재밋거리가 아닌가 싶다 .
지금도 집앞 닭장에서는,
숫닭이 냅다 울어 제낀다.
한 여름의 더위 속에서,
닭 우는 소리도 정겹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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