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찌뿌둥한 날씨가 어째 한 소나기 하련가?
벌써 며칠째 궂은 날씨가 지속되다 보니,
차라리 푹~푹 찌는 땡볕이 더 여름답다 싶어지네요.
오늘도 들깨밭 잡초제거를 위해 경운기로 냅다 갈아 제치고 나니,
온 몸이 땀으로 범벅이 되어 버렸네요.
요즘 본격적인 휴가철이라 우리집 내방객이 많지만,
난 작년처럼 손님들과 어울려 술판을 벌이지 않는답니다.
왜냐하면,
작년만해도 밤을 새우다시피, 같이 술판을 벌리면서 손님들의 얘기도 듣고,
내 얘기도 하면서 추억을 함께 나누곤 했는데,
올해엔 우리집사람이 말하길,
"손님들과 어느정도 분위기만 띄워 놓고는 곧 슬쩍 빠지세요"
"아 ~손님들도 손님들만의 추억을 만들도록 해 줘야지, 괜히 당신이 끼어서 그들만의 얘기꺼리를
못하게 하지마라"는 엄명을 받잡고,
올해부터는 고기구워주면서 두런두런 얘기하다가,
소주 몇잔 오거니 가거니 한 다음엔,
"자~ 즐겁게 드시고 혹시 제가 필요하면 언제든지 불러 주십시요" 라고 말하고는,
핫바지 바람빠지듯 휙~ 빠집니다.
덕분에 매일 대취하지 않아도 된답니다.
그러나 우리집사람이나 내가 아는 손님이 오시기라도 하는 날엔,
예외없이 들입다 마십니다.
그런날도 저런날도 있지만,
올 여름도 이제 꼬랑지를 내리려 하고 있습니다.
요즘 바빠서 우리꽃을 많이 올리지 못했으나,
오늘은 잠시 시간이나서, 여기 최근에 우리집 마당에 피어 있는 우리꽃들을 올려 봅니다.
즐감하시기 바랍니다.
첫번째 꽃은 "개쉬땅나무꽃"입니다.
나무라기보다는 꽃나무처럼 생겼습니다.
우리나라 산기슭 계곡에 지천으로 많습니다.
꽃을 지세히 들여다보면 정말 앙증맡게 예쁩니다.
꽃을 말려서 구충제, 치통등에 쓰는 한약재 입니다.
꽃나무 이름이 재미있지요?
두번째 꽃은 "겹 삼잎 국화"인데요.
잎이 삼(麻)잎 같아서 삼잎국화인데요, 꽃잎이 겹으로 되어 있어서 겹삼잎국화 라고 합니다.
보통 키다리꽃이라고 많이들 부릅니다.
멀대처럼 키가커서 집 울타리안에다 심어 놓으면,
꽃이 필때쯤엔 키가 훌쩍 자라서 울타리 위로 쑥~ 올라 와서는,
집앞을 지나가는 사람들을 멀꿈히 바라보는 싱거운 키다리꽃입니다.
세번째는 "홑왕원추리"입니다.
원추리는 노란색의 꽃이고,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수있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이 왕 원추리는 우리 산야에 무수히도 많이 피어 있습니다.
꽃잎이 겹으로 되어 있으면 겹왕원추리이고, 꽃잎이 홑잎으로 되어 있으면 홑왕원추리 입니다.
원래 중국이 원산지이나, 이제는 우리꽃이 다 되었습니다.
이른봄에 어린 순은 식용으로 인기가 높습니다.
일부 농촌에서는 봄나물로 판매해서 많은 농가 소득을 올리는 농작물이기도 합니다.
네번째는 "자귀나무"입니다.
흔히들 잠자는나무 라고 하기도 하지요.
우리나라 토종 자생나무입니다.
꽃이 하도 화려하고 황홀 하기 까지 해서, 혹시나 외래종이 아닌가 하고 착각할 정도입니다.
꽃을 멀리서 바라보면 분홍빛나비가 수도없이 앉아 있는듯 합니다.
향기 또한 온 동네에 진동합니다.
옛날엔 소가 하도 잘먹어서 "소찰밥나무" 라고도 했었습니다.
다섯번째는 "짚신나물"이라고 합니다.
온 동네에 널리다시피한 풀이라서 별로 관심이 없었는데,
이 풀이 거의 만병 통치약이더라구요.
간암, 폐암, 위암, 식도암, 대장암, 자궁암, 방광암, 등등 이루 헤아릴수 없을 정도로 많은 약효가 있는
풀입니다.
그래서 선학초 라고도 한답니다.
그런데 이 풀에는 벌레가 얼씬도 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알고는,
최근에 이 풀을 대단위로 재배해서,
효소로 만들어 천연 살충제로 개발하고 있다고 하네요.
난 이 풀이 이렇게 대단한지 미쳐 몰랐었습니다.
재미 있었습니까?
이 우리 들꽃에 맛들이면 마음이 항상 즐겁고 여유로워 지는것 같습니다.
한 번 빠져 보시지 않으렵니까?
내일에는 비가 오지 않는다면,
난 감자를 캐려합니다.
땅에서 올라오는 지열에, 후덥찌근한 날씨에, 혹여 내리쬐는 태양이라도 있을라치면,
거의 죽음입니다.
그래도 감자파서 나누어 먹는 즐거움이 그 힘든일을 보상해 줍니다.
모두 건강하기로 약속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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