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어른들 말씀에, 음력으로 초이삼 하면 한달 내내 비가 온다더니.
지난 음력 2월 초하루 부터 비가 부슬부슬 내리더니만,
초사흗날까지 내려서,
아무래도 올 봄엔, 비가 자주 내리려니 했건만,
이건 사흘도리로 내리니,
이것 참 애가 탈 노릇이 올씨다.
오늘은 농사를 시작 할라치면,
먼저 밭에 거름을 펴야 하는데,
요즘은 옛날 처럼 소똥을 지게에다 지고,
밭에 지고 나가서 붓고, 거릿대로 일일이 펴는게 아니고,
"살포기 자동차"에 거름을 한차 싣고 와서,
왱~~왱~~하고 뿌려대면 그만입니다.
그런데 이것도 기계로 하다보니 단점이 있습니다.
바로 정밀하지 못하다는 것이지요,
그래서 살포기로 와장창 치고 나면,
주변에 흩어진 소똥은 일일이 사람 손으로 거둬 들여야만 한답니다.
난 오늘도 길바닥을 비롯한 밭 주변에 흩어진 소똥을 오후내내 치우고 있었습니다.
말이 쉬워 소똥 치우기 지,
실제로 이 일을 할라치면,
소똥 냄새에다가,
소똥 부스러기는 날리지요,
이거 장난이 아닙니다.
그런데, 처음 일을 시작 할때쯤엔,
힘들게 일을 하다보면, 자연이 숨이차서 입이 벌어지게 되어있는데,
그 입 속으로, 바람에 날린 소똥 부스러기가 들어 갑니다.
에이 퉤퉤퉤.... 처음엔 그랬습니다.
그런데 한 참을 지나다보니,
소똥 냄새도 정겹습디다.
그 담 부터는,
소똥 부스러기가 날려서 입 속으로 들어 와도,
그저 그러려니 하게 되었습니다.
사람이 사는 것도 이와 다를게 없어,
처음 엔 모든것이 귀찮고 ,
입 맛에 안맞아도,
시간이 지나서 습관이되고,
내 스타일에 맞추다 보면,
언젠가는 나도 모르게 그 입맛에 길들여져 있는 나를 발견 하게 되지요.
세상엔 나쁜이도,
험한이도 없습니다.
모든것이 마음 먹기에 달렸습니다.
내가 맛있고, 좋다고 생각하면,
그게 곧 내것입니다.
난 소똥이,
나 자신이고,
또한 자연의 섭리인것 같았습니다.
오후내내 밭에 거름 펴고 있는 데,
이 무슨 해괴한 일입니까?
갑자기 하늘이 캄캄해 지더니,
함박눈이 펑~!펑~ 쏟아지고 있습니다.
오늘은 밭일 그만하고 집에 들어 가야지,
하고 방 구석에 앉아서 PC를 켰습니다.
그리고 이 글을 씁니다.
그런데,
더 이상 못쓰겠습니다.
옷에서 소똥 냄새가 진동해서,
얼른 벗어 놓고 샤워나 해야겠습니다.
지금도 밖에는 함박눈이,
무지무지하게 쏟아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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