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선생님의 너그러운 웃음을 띤 얼굴이 지금도 눈앞에 생생합니다.
>그리고 시원하게 터드리는 너털웃음 소리도 귀에 쟁쟁합니다.
>언제나 마주 대하면 마음 편안한 느낌을 주시던 여유스러움도 그립습니다.
>
>이제 왕산골 한옥의 주인장이 되시고
>마을 일의 조합장도 맡아보시며
>산골짜기에서 싱싱한 자태를 뽐내는
>들꽃처럼, 들풀처럼
>그러나 존재 이유는 충분한, 그런 삶을 살고 계시군요.
>
>삶이 그런 거라면
>세월이 그런 거라면
>우리가 보낸 70~80년대의 금성사 시절이
>우리에게 주는 의미는 무엇일까요?
>
>결국 서로가 가는 길은 달라도
>향하는 곳은 같은 것인가 봅니다.
>
>언제 또 다시 얼굴 볼 날을 기약하며
>우선 글로나마 반가운 마음을 전합니다.
>
>+++++++++++
>우리 산, 들의 아름다움이야 어디서 다시 느끼겠나?
>우리 강, 개울의 싱그러움을 어디서 다시 느끼겠나?
>시골생활의 즐거움이야 어디서 다시 맛볼 수 있겠나?
>
>그래, 나도 그 옆에 또 한 채 지을꺼나?
>
안녕하시군요. 교준이 형 !
구름 안경에 복대 라 ?
한 껏 멋을 내 보았소이다.
저기 뒷 편의 하얀 산, 만년설산은 어디 메요 ?
낯 설지 않는것이 꼭 여기 산촌 같으외다.
오늘도 꾸물꾸물한 날씨가 소낙비라도 한바탕 쏟아질라나 봅니다.
비 오기 전에 김장용 배추, 무우밭을 갈아 엎어 놓는답시고,
거름 펴고, 경운기로 고랑 내느라고
점심도 거르고 냅다 휘삶마 쳤더니,
온 몸이 땀으로 뒤 범벅이라오.
이제서야 대충 마치고, 시원하게 등목도 하고,우물가에서 머리도 감고서야,
늦은 점심을 한끼 때웠소이다.
저 놈의 밭에, 배추 이식하고, 무우씨 뿌려서,
서리 허옇게 내릴즈음엔,
튼실한 김장거리를 수확하는 참 맛이 있을것이라 기대에 기대를 하면서,
흘린 땀을 보상 받으려 하오.
70년대 부터 90년대에 이르기까지,
금성사에서(난 아직도 LG 보다 금성사가 어색하지 않소이다.) 세상을
바꾸어 본답시고,
천지에 무서울 것이 없이 내달리던 시절이,
엊 그제 같은데,
벌써 초로의 나이가 들어서야,
그 시절이 참으로 질풍노도의 시절이구나 하고,
게면쩍게 웃어 봅니다.
그 시절에 교준이 형을 만나,
거대한 웅지를 펴던 시간이 내겐 황금기 였다오.
그러나,
이제 모두가 지난 과거일뿐인데,
그것도 한 순간의 작은 시간이건만,
몽매한 인간은 그것을 그리워 하며 살아 가고 있다지요.
교준이 형 !
요즘은 무얼하며 지내시는지요 ?
이제 하산해서 속세에 몸 담그시지요.
그리해서,
앞으로 살아가는 재미로 또 한 세월을,
파렇게 물 들여 보시지요.
너무 진한색도 아닌 그저 파르스럼한 그런 색을 그려보시구랴.
그런 의미에서,
여기 도연명(陶淵明)의 시 한 수를 적어 봅니다.
人生無根竹+帶(인생무근체) : 인생은 뿌리도 꼭지도 없으니,
飄如陌上塵(표여맥상진) : 들길에 날리는 먼지와 같은거라,
分散逐風轉(분산축풍전) : 흩어져 바람따라 굴러 다니니,
此已非常身(차이비상신) : 이것이 이미 불변의 몸뚱아리가 아니지,
落地爲兄弟(락지위형제) : 태어나면 모두가 형제가 되는것,
何必骨肉親(하필골육친) : 어찌 꼭 한 핏줄 사이라야 하랴,
得歡當作樂(득환당작악) : 즐거울 땐 응당 풍류를 즐겨야하니,
斗酒聚比隣(두주취비린) : 한 말의 술로 이웃과 어울려 본다네.
盛年不重來(성년불중래) : 한창 나이 다시 오는게 아니고,
一日難再晨(일일난재신) : 하루에 두 새벽이 있기는 어려워,
及時當勉勵(급시당면려) : 늦기전에 힘써 노력해야 마땅한거야,
歲月不待人(세월불대인) : 세월은 사람을 위해서 기다려 주지 않고,
사람과는 아무 상관없이 일정한 속도로 흘러가는
것이라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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