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산골 한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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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산골한옥 08-08-13 19:56
이런 얘기 재미있나요? 조회수 : 2,384 | 추천수 : 0
작열하는 태양 !
내리쬐는 햇살에 이글 거리는 지표 !
너무 섬뜩 하죠 ?
그러나 요즘의 날씨가 좀 그렇답니다.

어제는 어느 한 가족으로 보이는 일단의 손님들이 3박4일 일정으로
우리집에 휴가를 오셨답니다.
부모님과 아들, 손자,며느리에,
서울사는 사위, 대구 사는 사위, 맏딸, 둘째딸, 나이 서른 여섯에
아직도 시집 갈 생각을 하지 않는 애물단지 막내딸 까지,
어른 아이 20여명이 가뜩이나 더운 날씨에 북적거리니
참으로 정신이 혼미해 지더이다.

그러던 중,
아이들이 냇가에 가서 물놀이  하자고 졸라대자,
삼십대 중후반쯤 으로 보이는 딸네미 자매와,
막내 딸이 따라 나섰습니다.

시냇가로 내려 가는 길이 꼬불꼬불 해서
내가 안내해서 가는데,
냇가로 가는 길 옆에는,
우리집앞에 있는 콩밭을 끼고 가야하는데,
콩밭길을 걸어가던 큰 딸로 보이는 아주머니가,
뒤따라 오는 동생들과 아이들 한테 하는 말이,

"얘들아 이게 무슨 작물인지 아니 ?"
그러자 바로 밑의 동생이 하는말,
"언니는 이것도 몰라 ? 이거 깻잎이 잖아". 하는 것이다.
그러자 언니가 바로이어 하는 말이,
"야 ! 이게 무슨 깻잎이냐, 이건 가지 란 말이야."하는 것이다.

앞서서 걸어 가는 나는 하도 어이가없어,
이거 웃을 수 도 없고 울 수도 없고,
끼어 들기도 뭐 해서 멈칫 멈칫 하고 있는데,
큰 언니가,
"아저씨 이게 뭐 예요 ?" 하는 것이 아닌가.
나는 약간 퉁명 스럽게,
"이게 콩 아닙니까." 이렇게 얘기 했더니,
그 큰 언니 하는 말 .


"야 ! 이년아, 이게 콩이라 잖아 ."

이러 면서 소리를 지르는데,
난 잠시 이런 생각을 했다.
우리 어렸을 적에,
모두들 농사만 짓고 살던 시절에,

"서울 아이들은 벼를 쌀나무라고 그런다네"
하면서 너무나도 신기해 하던 시절이 있었는데,
요즘사회가 첨단 산업화 되어 가면서,
농촌은,
사람들의 뇌리속에서 저 멀리 멀어져가고,
그러는 사이,
반도체는 디지탈기기의 쌀인 줄 알면서,
정작 우리 인간의 절대생존인
먹거리 들에 대해서는 점점더 관심 밖으로 밀려 나면서,
누구나 자연스럽게
벼를 쌀나무라 하고,
콩잎과 깻잎을 구별할 수 없고,
가지는 어디에서 달리는지,
고추는 어떻게 달려서 빨갛게 익어 가는지, 등등을 알 수가 없고,
콩을 어떻게 심어서 어떻게 기르며, 언제 수확해서 어떻게 타작을 하는지,
타작을 해서 어떤 음식이되는지,콩으로 두부는 어떻게 만드는지,
메주는 어떻게 쑤는지,메주로 장은 어떻게 담그는지,
뭐 이런거 까지는 알지는 못해도,
최소한의 기초라도 알았으면 좋겠는데..................
어른이 모르니 아이들은 당연하고,
아이들이 관심이 없으니,
훗 날 우리의 신토불이 곡식에 관심이 없을 것이고,
따라서 외국에서 밀려오는
곡물에 무차별적으로 개방될 수 밖에 없는 것이 아닌가 ?
하고 걱정에 걱정을 해보게 되면서,
자타가 공인하는 ,
세계적으로 우수한 두뇌를 가진, 우량종족인 우리 대한민국 민족 이
그저 그런 별볼일 없는 종족으로 변하지나 않을까 하는 우려도 같이 해 봅니다.

난 요즘 우리 마을이 "녹색농촌체험마을"로 선정되어 있고,
얼마전엔 "영농조합법인"도 설립해서
대표이사도 맡고 있는지라,
농촌체험관광을 더욱더 활성화 해서,
앞으로 도시와 농촌의 교류를 증대시키는 일에
마을 대표로써 열심히 봉사해야 되겠다는 사실을
난 어제에 더욱 강하게  마음먹게 하는 계기가 되었으며.
나와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많아 졌으면 하고 바래도 봅니다.

그저 웃고 재미있는 일만은 아니었던 거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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